* 그곳에 서서
* 그곳에 서서 좁고 굽이진 소로(小路)를 지나왔습니다. 지난 걸음을 회상하면 굽이마다 기쁨과 회한의 발자국들이 길에 남겨져 있습니다. 경사지고 굽이진 작은 길들을 지나 어느덧 길이 끝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젠 지나온 길을 회상하지도 않고 가야 할 곳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곳에 서 있습니다.이 들판에서 길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길들이 겹치고 겹쳐 그리 보였을 뿐입니다.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지만 길이 너무 많아 길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사랑과 사랑이 만나 사랑을 채우고, 욕망과 욕망이 만나 욕망을 채운다. --질문 속에 이미 답이 있었습니다. 그러하니,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궁금해야 했었던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소로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