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2026. 9. 24.

* 사람이 없는 곳에서 3/3
기억은
오래된 골목길과
유리 없는 창과
부서진 카세트 테이프와
닳은 건전지에
남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서서
물음을 떠올린다.
떠난 이는
자신의 기억을
가지고 갔을까?
나는
누구의 기억을
보고 있는 것일까?
열리지 않는
문 뒤에 있는
무언가...
나는
두드린다.

~ ~ ~
* Where No One Remains 3/3
Memory
remained
in old alleyways,
windows without glass,
broken cassette tapes,
and worn-out batteries.
I stand
where they
have left,
and think of a question.
Did the one who left
take
their own memory
with them?
Whose memory
am I
looking at?
Something
behind the door
that will not open...
I knock.

* 사람이 없는 곳에서 (Where No One Remains) 3/3
= https://skymoon.info/a/PhotoPoem/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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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없는 곳에서 - 맺음 이야기
일 년이 흘렀다.
어떤 사람들은 떠났고, 어떤 사람들은 아직 떠나지 못했다. 이방인인 나는 떠난 빈자리를 엿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이곳의 풍경 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행복과 고통, 희망과 절망을 내가 이해하거나 느끼려는 마음조차 그들의 기억에 대한 모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걷고, 걷고, 그저 걸을 뿐이었다.
나는 이곳의 삶과 기억들을 "기록"하려는 마음은 없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어떤 이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 서서 그들이 바라본 세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곳을 떠난 이들이 더 아름다운 곳에서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기를...'
아무도 알지 못할 작은 마음의 배웅을 한다.
~ ~ ~
* Where No One Remains - Epilogue
A year has passed.
Some people have left, while others have yet to leave. As a stranger here, I am even careful to look into the empty places they have left behind.
I thought that even trying to understand or feel the happiness and pain, the hope and despair, of those who remain in the landscapes of this place might itself be an insult to their memories.
I walked, and walked, and simply kept walking.
I have no wish to "record" the lives and memories of this place. It is not something I can do.
I merely stood where someone had left, and looked once again at the world as they had seen it.
'I hope those who have left this place will find, somewhere more beautiful, a life more abundant, and greater happiness...'
I offer them a small farewell from the heart, one that no one will ev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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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농장
용호농장 마을은 육지에서 보면 장산봉과 그 언덕이 이 지역과 천연의 벽을 이루고 있으며, 마을은 가파른 경사의 좁은 남쪽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보면 바로 앞에 오륙도가 보인다. 좁고 가파른 경사와 바닷바람을 바로 맞는 지역이라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바다가 넓게 보여 일제시대에 포대 진지를 구축했었다.
1946년 부산 감만동 상애원(호주, 미국 선교부 설립)에서 보호되던 한센병 환자들이 소록도로 강제 이주되던 중, 전염성이 없는 음성 환자들은 용호동 지역으로 이주되었다. 강제 이주될 당시에도 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육로가 막혀서 밤에 몰래 도둑처럼 배를 타고 와야 했다.
이후 외부와의 왕래가 점차 드물어지고, 이주한 사람들은 ‘용호농장’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닭과 돼지를 기르고 계란을 생산하는 한편, 가내 수공업 하청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들은 일 년 내내 멈추지 않는 해풍에 채소조차 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춥고 척박한 산비탈에서 마치 유배와도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 꿋꿋하게 삶의 터전을 일구며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 처음 이주한 270명으로 시작한 마을은 이후 7,000명까지 늘어나며, 그곳에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외면받던 곳이 수십 년이 지나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재개발이 진행되었다. 세상은 그들을 어렵사리 만들어 낸 그 고향에서 다시 쫓아내었다.
현재 이 지역은 여러 대기업의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서 부산의 부촌 지역이 되었고 오륙도 해맞이 공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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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없는 곳에서 (Where No One Remains) 1/3
= https://skymoon.info/a/PhotoPoem/121
* 사람이 없는 곳에서 (Where No One Remains) 2/3
= https://skymoon.info/a/PhotoPoem/120
* 사람이 없는 곳에서 (Where No One Remains) 3/3
= https://skymoon.info/a/PhotoPoem/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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